Effective leaders don’t micromanage
Homeworld 2 Point Defence System 의 홍보 동영상을 우연찮게 다시 보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Effective leaders don’t micromanage’
이 말은 기본적으로 Micromanagement 라는 것 자체가 ‘전략’ 을 펼치는 데 있어서의 방해 요소라고 생각하는, RTS 라는 장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점을 잘 드러낸다. 대부분의 한국 게이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예상해 보면 꽤 흥미로운 생각 거리가 될 듯.
Leveling up of Units in RTS Games
개인적으로 Warcraft 3 (이하 WC3) 의 게임 시스템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역전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WC3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한 번 선을 넘어 밀리기 시작하면 그 이후부터는 역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영웅 유닛들의 레벨 개념 때문이라고 본다. 전투가 벌어졋을 때 한 쪽의 유닛 손해가 더 커 버리면 이긴 쪽의 영웅이 더 많은 경험치를 먹고 더 높은 레벨을 달성한다. 유닛이 줄어든 쪽은 안 그래도 전투에서 밀린데다 영웅의 레벨도 상대적으로 낮으니 더더욱 힘들어진다. 그런 불리함은 전투가 거듭될 수록 더 커지고, 이윽고 뒤집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물론 유닛의 공격/방어 타입에 따른 상성 관계가 있긴 하지만 이게 그다지 극단적인 레벨이 아닌데다 전투에서의 영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그다지 큰 요소가 되진 못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Warcraft 3 에서와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즉 유닛의 레벨과 성장이라는 개념이 전투에 있어서 너무 큰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를 과도하게 억제시켜 버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Command & Conquer 시리즈가 될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C&C: Tiberian Sun 이었나 C&C: Red Alert 2 였나 그 때부터 유닛에 레벨 (정확히는 계급) 개념이 생겼는데, 적 유닛을 많이 없애다 보면 계급이 한 단계씩 올라가는 식이다. 하지만 상위 계급 유닛이라도 그다지 눈에 띄는 능력 차이가 없는데다 게임 자체의 유닛 수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실제로 전투가 벌어질 땐 상위 계급 유닛의 존재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레벨이란 개념 자체가 있으나 마나 한 무의미한 개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멀티플레이 베타 단계인 Warhammer 40,000: Dawn of War 2 (이하 DoW2) 는 그래도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으로 레벨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게임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한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소한 레벨 시스템만큼은 꽤 잘 계산되어 있다. DoW2 에선 영웅의 경우 레벨 10까지, 그리고 모든 일반 유닛은 최대 레벨 4 까지 성장할 수 있는데, 레벨에 따라 차이나는 능력치는 공격력과 HP, MP 정도 뿐이다. 그리고 이 능력치의 증가량이 상당히 절묘하게 잡혀 있어 일당백의 사기 유닛이 되지도, 혹은 반대로 특별한 존재감이 없지도 않은 적절한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영웅들의 아이템 구매 및 장착은 물론 스킬까지도 영웅의 레벨과는 상관 없이 Tier 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유닛의 레벨이 상대보다 많이 높다고 해도 그 정도는 일정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으며, 역전의 기회 역시 더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유닛의 레벨과 성장이란 개념을 RTS 에 도입하고자 한다면 이것이 너무 절대적인 팩터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레벨 업을 했을 때의 보상이 어느 정도 존재해야 한다. 한 마디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 물론 말로 하긴 쉽지만 실제로 달성하긴 극도로 어려운 개념이라는 건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Review: Supreme Commander
Command & Conquer, Total Annihilation, Starcraft, KKND, Dark Reign 등의 게임들로 대표되는 제1차 RTS 르네상스 이후, Real-Time Strategy 라는 장르는 원래의 핵심 키워드인 Strategy (전략) 보다는 Tactics (전술) 에 보다 근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 년 동안에 출시된 대부분의 RTS 게임들은 많은 수의 유닛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배치, 운용하는 방식보다는 소수의 유닛에 보다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이를 게이머가 최대한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전술 일색의 RTS 판에서 Supreme Commander (이하 SupCom) 는 진정한 ‘전략’ 레벨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합당한 평가를 받을 만한 물건이다. 비록 Total Annihilation (이하 TA) 의 계보를 이은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게임의 ‘규모’ 는 실로 상당하다. 전장에서 부딪히는 병력의 규모도 여타의 RTS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며, 유닛들 수백 기가 한데 뭉쳐 있어도 맵의 극히 일부밖에 차지하지 않을 정도로 맵 역시 크다. 마이크로컨트롤이 게임 자체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보다는 유닛의 조합 및 공격 루트, 공격 시의 진형이나 타이밍 등의 요소가 훨씬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유닛 하나하나의 컨트롤에 의존하기보다는 전황 전체를 파악하고 보다 큰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SupCom 의 가장 큰 미덕은 게이머에게 거시적인 시각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끊임없이 부추긴다는 데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예가 바로 전장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플레이어는 유닛 하나하나를 보기 위해 가까이 줌인할 수도 있고, 반대로 현 상황 전반을 보기 위해 줌아웃을 할 수도 있다. 최대로 줌아웃을 하면 맵 전체가 화면 가득 보이는 이른바 ‘Strategic View’ 상태가 되며, 플레이어는 이러한 상태를 넘나들면서 전략과 전술 모두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전략 기반의 게임인 만큼 일반적인 RTS 게임들에 비해 속도감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그런 느낌이 크지는 않다. 싱글이건 멀티건 할 것 없이 게임 초반부터 맵의 곳곳에서 국지전이 계속 발생하며, 플레이어는 이러한 전투를 관리함과 동시에 유닛을 생산하고 상대 진영을 정찰하면서 추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정도면 페이스가 느리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실 플레이 시간은 상당히 길어서 싱글플레이 미션은 하나 깨는데 몇 시간 이상은 투자해야 하고, 또한 2v2 정도의 멀티플레이를 하면 기본 한 시간은 훌쩍 넘어가게 마련인데, 이것은 게임의 페이스가 느리기 때문이 아니라 전장이 워낙 크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싱글플레이의 경우, 오리지널의 미션들은 내용 자체는 난이도 면에서도 큰 문제 없이 평이하게, 즉 그럭저럭 즐길 만하게 구성되었지만 마지막 미션까지 가지 않는 이상 해당 진영의 모든 테크에 액세스할 수 없다는 것은 게임을 하면서 꽤나 ‘제약’ 으로 느껴졌다. 미션 하나하나가 다른 게임의 미션 서너개 정도 규모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 세번째 미션 정도 오면 웬만해선 최종 테크 유닛들을 뽑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러한 답답함이 확장팩의 미션들에선 상당 부분 해소되어 있다. 전투 환경/상황 역시 오리지널의 미션들에 비해 훨씬 타이트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테크가 제한되어 있다는 답답함이 없이 상당히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단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오른 난이도, 그리고 훨씬 더 길어진 클리어 타임 등은 게이머에게 조금 압박으로 작용할 것 같기도 하다.
인터페이스는 ‘잘 만들어졌다’ 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 라는 정도로 평가하고 싶다. 웨이포인트 설정 기능도 강력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유닛을 자동 반복 생산할 수도 있고, 단축키를 통해 지상 / 공중 / 해양 유닛들만을 선택하는 등의 조작도 가능하다. 특정 그룹에서 한 종류의 유닛만 제외한다거나 하는 등의 (웬만한 RTS 게임에선 다 되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좀 놀랐지만 말이다. 오리지널의 경우 컨트롤 바의 구성 등에서 좀 개선되면 좋을 듯한 부분들이 보였는데, 확장팩에선 꽤 깔끔하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SupCom 은 전작 TA 의 게임 시스템의 정수를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은 작품이다. 자원 시스템에서부터 유닛 하나하나까지 TA 의 느낌이 그대로 난다. 이 게임이 E3 에서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TA 의 진정한 후속작이 엄청난 그래픽으로 무장한 채 나온다며 좋아했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는 상당히 먹히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이 출시되자 사람들은 TA 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게임성에 실망하고, TA 의 단점이었던 ‘악마적인 PC 요구사양’ 이 SupCom 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발표 직전까지의 열기와 환호는 정식 릴리즈 직후 급속도로 사그라들었고, 그렇게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SupCom 을 TA 가 아닌 다른 RTS 와 비교해 보자. 이만큼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이만큼 Massive 한 전략성을 지닌 게임은 거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TA 는 당시에도 시대를 앞서는 획기적인 게임이었고, 그 때 우리가 느꼈던 재미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뒤통수를 때리는 참신함은 없지만, SupCom 은 재미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